언론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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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중앙일보 - “판사 말고 딴 거해라”…‘입양아 냉골학대’ 판결 규탄에 법원 “가정복귀 암시 아니다”
작성일2022-06-23

“판사 말고 딴 거해라”…‘입양아 냉골학대’ 판결 규탄에 법원 “가정복귀 암시 아니다”


입력 2022.06.22 20:12

수정 2022.06.22 20:14


안대훈 기자


원문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81229


22일 오후 경남 창원지방법원 앞에서 (사)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새로운가족지원협회·한국지역아동센터연합회가 '입양아 냉골학대' 사건에 집행유예를 선고한 재판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안대훈 기자

22일 오후 경남 창원지방법원 앞에서 (사)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새로운가족지원협회·한국지역아동센터연합회가 '입양아 냉골학대' 사건에 집행유예를 선고한 재판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안대훈 기자



“정인이 사건 잉크도 안 말랐다” 비판 확산


경남 김해에서 발생한 ‘입양아 냉골학대’ 사건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한 1심 재판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판결 이후 아동복지 관련 단체 3곳에서 잇따라 ‘솜방망이 처벌’이란 성명을 낸 데 이어 전국의 또 다른 관련 단체 8곳이 추가로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등 11개 단체는 22일 오후 경남 창원시 창원지방법원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각각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창원재판부의 판결을 규탄한다”, “정인이 사건 잉크도 안 말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단체는 지난 17일 창원지법이 아동복지법 위반(유기방임 등) 혐의로 기소된 ‘입양아 냉골학대’ 사건의 40대 양부모에게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입양아 냉골학대’는 2020년 12월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던 A군이 경남 김해시의 한 경찰 지구대에 양부모를 신고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양부모는 A군을 김해의 한 원룸에서 홀로 지내게 하며, 겨울철 보일러조차 틀어주지 않고 찬물로 씻게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폭행과 욕설 등 신체·정서적 학대도 이뤄졌다.


이날 창원지법 앞 기자회견에 참석한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어처구니없는 판결은 아이에 대한 명백한 2차 가해”라며 “기본적으로 학대 아동에 대한 이해와 연민이 전혀 없다는 고백”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소아청소년의사회가 재판 과정에서 엄벌탄원서와 함께 ‘정서적 학대로 심각한 뇌손상을 입었다’라는 요지의 전문가의견서까지 제출했지만, 재판부가 이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한 판사가) 판사를 사퇴하고 법과 관련된 일이 아닌 다른 일을 찾아볼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앞서 소아청소년의사회는 지난 20일 낸 성명을 통해서도 법관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22일 서울 국회 앞에서 한국미혼모가족협회·한국미혼모네트워크·변화된 미래를 만드는 미혼모 모임 인트리·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한국사회복지사협회·한국아동단체협의회·한국아동복지학회·한국지역아동센터연합회·한국청소년복지학회가 '입양아 냉골학대' 사건에 집행유예를 선고한 창원지방법원 재판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한국지역아동센터연합회

22일 서울 국회 앞에서 한국미혼모가족협회·한국미혼모네트워크·변화된 미래를 만드는 미혼모 모임 인트리·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한국사회복지사협회·한국아동단체협의회·한국아동복지학회·한국지역아동센터연합회·한국청소년복지학회가 '입양아 냉골학대' 사건에 집행유예를 선고한 창원지방법원 재판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한국지역아동센터연합회


“울어도 찾지 않던 곳”…‘가정복귀 암시’ 비판


국회 앞 기자회견에 참여한 한국청소년복지학회도 이날 별도의 입장문을 냈다. 이들은 “이러한 판결은 아동학대에 대한 국민들의 민감도가 높아지고 있는 방향에 역행하는 매우 후진적인 판결로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앞서 창원지법은 지난 17일 학대 양부모에게 집행유예 형을 선고하면서 “무엇보다 피해 아동의 정서적 치유를 위해서는 향후 보호기관 및 전문가와의 협의 하에 피고인들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판시해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을 샀다.


이에 대해 한국지역아동센터연합회는 “‘부모가 아이 치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는 식의 판결은 가정 복귀를 암시했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가해자의 꾸준한 노력이 아니라 피해 아동 중심의 보호조치”라고 주장했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도 “(부모의 꾸준한 노력이란) 심각한 학대후유증이 있는 아동을 학대 행위자에게 다시 보호시키고자 한다는 것”이라며 “(A군이) 유기방임돼 홀로 지내던 원룸은 아이가 1시간 넘게, 아무리 크게 울어도, 아무도 오지 않은 곳이었다”고 했다.


양부모의 학대로 피해아동의 머리에 생긴 상처에 머리카락이 자라지 않고 있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양부모의 학대로 피해아동의 머리에 생긴 상처에 머리카락이 자라지 않고 있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법원, “가정복귀 암시 아니다” 입장문


1심 판결에 대한 반발 움직임이 커지자 법원도 입장문을 냈다. 창원지법은 22일 보도자료를 내고 “판결의 양형이유에서 ‘무엇보다 피해 아동의 정서적 치유를 위해서는 향후 보호기관 및 전문가와의 협의 하에 피고인들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한 것은 피해 아동의 가정 복귀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 아동의 정서적 치유를 위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피고인들이 그 노력을 다할 것에 대해 주의를 주고 당부하는 취지였다”며 “피해 아동이 보호기관에서 생활할지 가정으로 복귀할지는 형사재판의 재판장이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했다.


창원지방법원 전경. 사진 창원지방법원 홈페이지
창원지방법원 전경. 사진 창원지방법원 홈페이지

검찰, 항소…“양부모와 관계 단절 방안 논의”

검찰은 학대 양부모와 피해 아동의 관계 단절 등 법률적 보호·지원 방안 등을 마련할 방침이다. 양부모가 2010년 A군을 입양하면서 친생자로 출생신고하면서 민법상 입양관계를 끊는 파양 절차 자체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다. 경찰 신고 후 학대 양부모와 분리조치 된 A군은 경남의 한 보호시설에서 심리치료 등을 받고 있다. 창원지검은 지난 21일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한 상태다.

창원지검 관계자는 “양부모와의 관계 단절이 필요한지, 어떻게 해야 할지 등 법률적 지원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아동학대 관련 기관과 피해아동 변호인, 보호시설 관계자 등이 참석하는 ‘아동학대사건관리회의’를 열 방침”이라고 말했다.

창원=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